아트살롱드아씨 이혜숙 대표가 여의도 증권가 지하에 갤러리를 연 이유
원문: 한국쇼핑몰신문
한국쇼핑몰신문에 연재하는 「장도균의 이유 있는 비즈니스」 첫 회입니다. 병원에서 읽은 퐁피두 기사 한 줄로 시작해, 금융가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들르는 갤러리를 3년째 이어 온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병원에서 읽은 기사 한 줄
지난해 11월 BNI 성동 포레스트 챕터에서 여의도 갤러리 아트살롱드아씨(Art Salon de H)의 이혜숙 대표가 자기 사업을 소개하는 발표를 들었다. 십 분 남짓한 발표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대목은 갤러리를 열게 된 계기였다. 파리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병원에 누워 있을 때, 이 대표는 이게 인생이구나 하며 꿈을 내려놓으려 했다고 한다. 그때 프랑스 퐁피두 미술관이 서울에 들어온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고, 마음속에 있던 열정이 다시 터져 나왔다고 했다. "퐁피두가 온다면 내가 가야 되겠네." 그렇게 해서 갤러리가 자리를 잡은 곳이 여의도 신영증권빌딩 지하 1층이다.
쉰이 넘어 이룬 파리 유학
이 대표는 20대에 불문과를 나왔고, 대학에 다닐 때부터 프랑스 유학을 꿈꿨다고 한다. 그 꿈을 오래 미뤄 둔 채 영어 교육 사업을 꾸려 왔고, 사업이 잘되고 있던 2019년에 그 사업을 정리하고 파리로 떠났다. 쉰이 넘어서였다. 파리에서는 문화예술 분야 실무자들이 다니는 IESA에서 3년 동안 예술 시장을 공부했고, 작품 유통과 마케팅, 컬렉션 관리, 전시 기획, 예술품 감정을 다루는 프랑스 국가공인 석사 자격을 받았다. 졸업의 마지막 단계도 파리에서 직접 연 전시였다. 이때 교류한 재불 작가들이 2023년 6월 갤러리를 열 때 개관 프로젝트 〈Art Salon de H와 파리 친구들〉 6부작의 주인공이 됐다.

갤러리가 없던 금융가에 문을 열다
서울의 갤러리는 대개 삼청동과 청담동에 모여 있어서, 이 대표는 금융가에 혼자 있는 이유를 묻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했다. 이 대표의 답은 퐁피두가 오기 전에 여의도의 예술 지형을 먼저 바꿔 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선택 덕분에 손님이 누구인지가 분명해졌다. 평일에는 점심이나 퇴근길에 들르는 직장인이 많아서 갤러리도 이 시간표에 맞췄다. 2025년 6월에는 미술 전시를 보러 가기엔 뭔가 부담스럽다는 직장인들의 말을 듣고 점심시간 아트 산책을 시작했는데, 7월부터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낮 12시에 큐레이터가 20분쯤 작품을 설명해 주는 정기 프로그램이 됐다. 전시는 모두 무료이고 예약 없이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올해 6월 4일, 퐁피두센터 한화가 여의도 63빌딩에 실제로 문을 열었다. 병원에서 읽은 기사 한 줄이 3년 만에 현실이 된 셈이다.
대관 없이 기획전만 여는 이유
갤러리 가운데에는 돈을 받고 공간을 빌려주는 대관을 주로 하는 곳도 많다. 이 대표는 문을 연 뒤 지금까지 작가를 직접 초청하는 기획전만 열어 왔고, 한 달에 한 번꼴로 이어 온 전시가 서른 회를 넘었다. 전시는 해마다 주제를 정해 묶음으로 기획한다. 개관 6부작 다음 해에는 두 작가를 나란히 세우는 듀오 전시를, 2025년에는 1990년대생 신진 작가전과 여성 작가 4인 릴레이전을 열었고, 올해는 배우와 가수, 작곡가처럼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들의 회화를 모은 연속 기획을 시작했다. 이 기획을 소개하며 이 대표는 세 사람의 유명세에 기대는 전시는 만들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블로그에 적었다. 같은 작가를 몇 년 뒤 다시 부르는 일도 잦은데, 첫 전시에서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남았거나 작가의 작업이 새 방향으로 깊어졌을 때 다시 소개한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도 컬렉터가 될 수 있도록
갤러리 이름에도 이 대표의 생각이 담겨 있다. 살롱은 프랑스에서 귀부인이 자기 집을 열어 사람들과 예술과 문화를 나누던 곳이었고, 이 대표는 그 뜻을 지금 방식으로 잇고 있다고 했다. H는 프랑스어로 '아쉬'라고 읽는 묵음인데, 우리말 '아씨'와 소리가 닮았고 이 대표 이름의 첫 글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시마다 미술사 강의 '한낮의 미술사'와 작가와의 대화를 붙이고, 와인이나 차를 곁들인 인문학 강좌도 열어 왔다. 처음 온 사람도 작품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작가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으니, 그림을 한 번도 사 본 적 없는 사람에게도 문턱이 한결 낮아진다.
이 대표가 발표에서 비전으로 내건 것은 작가와 컬렉터를 잇는 일이었다. 치열하게 작업하는 작가는 많은데 그림을 사는 일은 몇몇 사람만 하는 일로 여겨지기 쉬워서, 평범한 사람들도 작품을 가질 수 있도록 숨어 있는 컬렉터를 찾아 작가와 연결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도 세 가지로 밝혀 두었다. 대내외에서 인정받은 수상 경력이 있는지, 미술관에서 전시할 역량이 있는지, 앞으로도 치열하게 작업을 이어 갈 작가인지를 본다. 갤러리에서 기업의 사업 설명회를 열기도 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하고, 같은 건물 신영증권 1층 로비에도 갤러리가 고른 작품이 걸려 있다.

손님이 있는 곳으로 간 사업
이 대표의 이야기를 사업하는 사람의 눈으로 다시 보면, 두 가지 판단이 눈에 들어온다. 첫째는 자리를 고른 방식이다. 갤러리가 모인 거리에 들어가면 미술을 찾는 손님은 많지만 비슷한 갤러리와 늘 견줘지게 되는데, 이 대표는 갤러리가 없는 금융가에 들어가 그곳 직장인의 점심시간과 퇴근길에 맞춰 프로그램을 짰다. 손님이 누구이고 언제 오는지가 분명했기 때문에 무료 전시와 20분 해설처럼 그 손님에게 맞는 방식이 나올 수 있었다고 본다. 둘째는 원칙을 지킨 방식이다. 대관을 받으면 당장의 수입은 나았겠지만, 기획전만 이어 온 덕분에 아트살롱드아씨라는 이름에는 어떤 작가와 어떤 이야기를 보여 주는 곳인지가 함께 쌓였다.
쇼핑몰이나 작은 가게를 하는 대표님들도 자리와 손님을 정할 때는 남들이 모인 곳부터 떠올리기 쉬운데, 내 손님이 하루 중 언제 어디에 있는지부터 적어 보면 다른 답이 나올 수도 있다. 여의도 증권가 지하의 작은 갤러리가 3년 넘게 쉬지 않고 전시를 이어 온 데에는, 처음부터 그 자리를 고른 이유가 분명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장도균 | 자율제작연구소(CONTENTS LAB) 대표. 마케팅·세일즈 분야에서 약 20년간 일했고, 지금은 소상공인과 1인 사업자가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꾸준히 운영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교육을 하고 있다. 명지대학교 테크노아트대학원 AI이커머스학과 석사 과정에 있으며 AI 거버넌스 협회 협회장을 맡고 있다. 「장도균의 이유 있는 비즈니스」에서는 현장에서 만난 대표님들의 사업과 그 사업을 그렇게 꾸려 가는 이유를 소개한다. 『AI 미디어 커머스 트렌드 2027』, 『왕초보도 바로 할 수 있는 바이브코딩』 공저.
참고한 자료
- 이혜숙, BNI 성동 포레스트 챕터 피처 발표, 2025-11-20
- 아트살롱드아씨 홈페이지 About(대표 인사말)
- 아트살롱드아씨 블로그 「새해 첫 인사로 소개합니다」, 2024-01-10
- 아트살롱드아씨 블로그 「점심시간 아트 산책, 여의도 갤러리 아트 살롱드 아씨」, 2025-06-27 / 「여의도 직장인을 위한 예술 처방전, 점심시간 갤러리 산책」, 2025-07-22
- 매경이코노미 「아트살롱 드 아씨 갤러리 | 송미리내 응축된 호흡 전」, 2025-05-16
- 아트살롱드아씨 블로그 「[결의 기원] 한홍수 개인전」, 2026-07-11 / 「[오프 스테이지, 온 캔버스] 아트살롱드아씨가 배우와 가수를 캔버스 앞에 세운 이유」, 2026-08-18
- 헤럴드경제 「퐁피두 컬렉션을 한국에서…'퐁피두센터 한화' 6월 개관」, 2026-03-29
자율제작연구소는 소상공인·1인 사업자가 외부 대행 없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지속하도록 돕는 '콘텐츠 자립' 컨설팅 브랜드입니다. (주식회사 자율제작연구소 · 대표 장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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